징 징 징키스칸~ 이라는 노래가 있다. 1979년에 독일의 혼성그룹이 불러 세계적으로 히트를 쳤다. 썰인지는 모르지만 몽골정부가 이 노래를 작곡한 그룹 리더에게 훈장을 줬다고도 한다. (유튜브에 징기스칸이라고 검색하면 이 그룹의 노래가 나온다) 노래를 떠나 세계 최대의 국가를 건설했던 몽골의 영웅 징기스칸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그가 정복을 많이 한 것은 알겠지만, 주로 중앙아시아와 동유럽으로 간 것은 알겠는데 갑자기 삿포로를 정복했다니 무슨 말일까 싶을거다. 12세기의 얘기가 아니고 지금의 얘기라면 더더욱 의아해질거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홋카이도, 삿포로엘 가면 반드시 먹어야할 첫번째 음식인 양고기구이인 징기스칸을 얘기하는 거다.
일본에서는 북해도식 양고기구이를 成吉思汗라고 쓰고 징기스칸이라고 발음한다. 왜 징기스칸이라고 하는지는 나중에 설명하고, 일본전국에는 1,500개의 징기스칸식당이 있다. 이중 600여개가 홋카이도에 있다. 그리고 삿포로에 300여개가 있다. 이쯤되면 홋카이도의 대표음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왜 홋카이도에 이렇게 많은 징기스칸식당이 있을까.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왜 양이 홋카이도에 많은지부터 설명해야한다. 그 이유는 징기스칸의 주재료가 양고기이고, 그만큼 양의 사육이 많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홋카이도에 양이 처음부터 많았던 것은 아니고 일본정부의 양사육 증대정책 때문이었다. 1차세계대전(1914년)이 발발하자 주요 양모수출국가였던 영국이 양모를 전쟁물자로 지정해 수출을 못하게하자, 일본정부는 방한모같은 군수용의 수급을 위해 1918년 양 백만마리를 목표로 해 양을 길러낸거다. 그러면서 양모뿐만 아니라 양고기를 먹는 다양한 요리법에 대한 연구도 하기시작했다.
그러나 그 이후 화학섬유개발과 양모의 수입도 늘자, 많아진 양의 처리를 어떻게 해야했다. 어떻게라는 게 결국은 양고기를 많이 먹는거였고 다양한 레시피를 만들었는데, 그 중에는 양고기를 이용한 오뎅도 있었다. 암튼 그 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좋아했던게 징기스칸이었다.
PS1 징기스칸의 발전에는 당시 삿포로시의 베르식품(아직도 잘되고 있다)이라는 회사가 만들어낸 양고기전용 타레가 한몫을 했다. 양고기의 노린내를 잡아 사람들이 거부감없게 먹을 수 있게 한거다. 하지만 처음부터 잘 팔린것은 아니었다. 그러다 타래를 정육점에 팔면서 징기스칸 전용나베(불판)를 사은품으로 줬는데, 정육점이 이걸 손님들에게 빌려주기 시작했다. 이 나베에 구우니까 맛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삽시간에 양고기는 날개돋힌듯 팔려나갔다.
PS2 징기스칸이라는 이름이 붙은 데는 여러 썰이 있는데, 양이 많은 몽골과 몽골의 영웅 징기스칸이 연결되어졌다는 썰이 지배적이다. 그리고 양고기를 구워먹는 것도 일본이 만주쪽을 지배했던 당시 중국인들이 양고기를 구워먹는 것을 본 일본사람들이 응용했다는 얘기도 있다.
PS3 재밌는 것은 일본에서 징기스칸이라는 이름을 상호에 넣어 오픈한 첫 식당은1936년 도쿄 히가시코엔지의 징기스소(成吉思荘)라는 곳이었다. 당시 궁내성(일본황실)에 고기를 납품하던 아카사카의 정육점 오너 마츠이(松井)가, 일본정부로부터 양고기 소비를 독려받고, 자신의 별장지에 징기스칸식당을 오픈한거다. 당시의 정치인, 유명인들로 매일 만석이었다고 한다. 참고로 징기스소의 마지막 소(荘)는 별장(別荘 벳소)와 같은 한자다.
PS4 징기스칸을 유명하게 만든 또 다른 영웅은, 바로 몽골의 병사 투구처럼 생긴, 가운데가 볼록하고, 중간에 세로로 홈이 파여져있는 전용나베이다. 기름이 불에 바로 떨어져 노린내가 나는 것을 방지하고, 흘러내린 기름으로 야채를 맛있게 굽고, 원적외선 열로 볼록한 부분에 놓여진 고기를 굽는 절묘한 구조다. 이것도 도쿄의 징기스소에서 개발해 실용신안을 낸거다.
이렇게 보면 도쿄가 징기스칸의 발상지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식당은 헐려 지금은 맨션이 들어섰고, 전국에 가장 많은 징기스칸식당은 삿포로에 있다. 강한(처음 오픈한) 사람이 이기는 것이 아니고, 이긴(많이 있는) 사람이 강한 법이다. 어떤 곳엘 가서 뭘 먹어야하는지는 검색에서 넘쳐난다. 하지만 그 음식이 왜 그 지역의 향토요리가 되었는지를 알려주는 곳은 없다.